연예인 게임으로 비유한 대한민국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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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295회 작성일 22-01-1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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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감상에 정답은 없습니다


술 한잔 마셨습니다


키드밀리가 올해 무관일 수도 있습니다.


언오피셜보이, 쿤디판다 등의 쟁쟁한 래퍼들에 밀려 후보에도 언급이 잘 안될 수 있습니다.


희대의 흑역사인 딩고 라이브 영상이 널리 퍼져 라이브 고자로 사람들에게 기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cliché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진심을 다해 전합니다. 키드밀리, 드레스 둘이서 아마 밤낮으로 고민하며 만들었을 것입니다.


이 글은 그들의 진심을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더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yRk11HGQek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드레스의 세련된 프로듀싱입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사운드가 정말 잘 다듬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요소가 들어가 있으면서도, 굉장히 깔끔하다는 점이 돋보이죠. 화려하지만, 난잡함과는 거리가 먼 듯한 느낌입니다.


이 점은 같은 년도에 발매된 창모의 UGRS의 사운드와 비교했을 때 더 극명히 드러납니다. 창모가 한 발 한 발 전력을 담아 고막을 때리는 붕붕훅 위주라면, 드레스는 틈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정확한 타격이 특기인 선수입니다.


이는 키드밀리의 랩과도 잘 어울립니다. 굉장히 독특한 비트와 랩인데도 어느 하나가 묻히지 않고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 역시 최복동아니 최원재입니다. 스타일이 주는 호불호와는 별개로, 순전히 랩의 스킬적인 면만 따졌을 때 국힙에서 나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Qr6xa0Vd5A


키드밀리의 가사적인 성취 역시 눈에 띕니다.


이는 인생은 여행, 인생은 trip’ 이라는-참고로 인생은 영어로 life입니다-국힙 최고의 멍청한 가사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칭호의 주인공이었던 그였기에 더 부각됩니다.


다들 내게 말해, 팬데믹 사태가 갈 때까지 버텨 같이 가자 허나 가면 안에 가면은 안 벗어 우린위 트랙 역시 현 팬데믹과 예술가의 삶에 대한 키드밀리의 시선을 담담하게 잘 표현해 냈습니다. 다만 우린 트랙 하나하나보다는, 앨범의 전반적인 구성에 더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키드밀리가 의도한 트랙 순서를 보면, 특이하게 인트로와 아웃트로가 각각 앨범의 처음과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쓸쓸하고 감성적인 전반부와 후반부, 그리고 타이트하고 칠한 분위기의 중반부의 구성 속에서 인트로, 아웃트로가 이를 구분하는 기점이 되고 있다는 것 역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를 키드밀리가 자신의 과거의 모습, 또는 팬들이 원하던 자신의 모습에서 스스로 몰입했다가 빠져나오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6oAbBDszqE


키드밀리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을까요?


정규 1, ai the playlist를 들고 나오면서 한참 신에서 큰 하입을 받고 있었을 때? 아니면 쇼미 출연 직후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하고 자기 이름을 널리 알렸을 때? 홍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딘드밀리 룩을 입고 그의 스타일을 동경했을 때?


하지만 의외로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죠. 그 동안 키드밀리의 이미지 소모가 상당히 심했던 것도 있고, 그가 정규 1.5집을 기점으로 새롭게 가져온 스타일이 다소 사람들의 반감을 불러 일으켰던 것도 있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과거의 키드밀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에게 그 떄로 돌아오라고 요청하는 팬들의 외침도 커졌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키드밀리는 양질의 작업물을 계속 발표했지만, 이는 오히려 과거의 영광에 묻혀 저평가를 받고는 했습니다.


넌 내가 변했다지만 안 변한 놈들은 망했어, 근데 내가 변했다면서 내 가치를 깎아. So I'm back with this cliche shit, pay for it, uh


Cliché는 팬들이 그토록 원하던 키드밀리의 모습을 다시 불러냅니다. Dress의 비트 위에 펼쳐지는 한껏 더 화려한 랩은 그의 첫등장이 주었던 충격을 재현하기에 충분합니다.


Bittersweet, bankroll 등의 트랙이 대표적으로 그는 한껏 자신을 뽐내며 수준 이하인 wack mc들을 비판합니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ron의 피처링이 분위기를 더욱 돋웁니다. 2018년의 그 최태식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키드밀리는 자신이 차린 판을 스스로 엎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LEjMexWxt8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키드밀리도 변했고, 키드밀리의 주변 상황들도 변했습니다.


젊고 부유한 트렌드세터 kid milli의 자리에는 언제라도 사람들에게 잊혀질 수 있다고 되뇌이는 불안에 휩싸인 인간 최원재가 있습니다.


Intro를 기점으로 그는 사람들이 정해준 그에 대한 클리셰, 어떤 틀에 박힌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그 틀 안에 스스로 들어갑니다. 다만 이는 역설적으로 키드밀리가 그 틀 안에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키드밀리는 이 앨범을 계기로 자신에 대한 클리셰를 떄려 부숩니다.


Leave my studio에서 보여준 내적인 공허, 그 허무함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은 계속 지나고, 과거의 영광은 점차 힘을 잃고 추억이 되어갑니다. 그걸 억지로 붙들고 있더라도 결국 도피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어 줄 수 없습니다. 과거에 사는 사람에게 오늘은 물론, 내일은 없습니다.


키드밀리는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그를 믿어주는 고마운 팬들을 위해서, 또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아주 뻔한 사랑 노래’-그렇지만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고요. 우리가 생각하던 그의 모습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Cliché는 그가 그동안 해오던 음악의 완성판이자,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앨범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Lq1VH1bwVo&t=16s


마지막으로 씹프피마저 너그럽게 품는 그의 넓은 아량을 보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사랑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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