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19세기에서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다양한 건축 사조들이 나타났다.

낭만주의 양식: 

음~ 이 아름답고 세련된 곡선 좀 봐, 뭐든지 예쁘고 화려한 게 최고야

신고전주의 양식:

ㅉㅉ 눈만 존나 아프게 뭐하는짓이여, 역시 단순하면서도 쫙 뻗은 그리스, 로마식 디자인이 근-본 아님?

절충주의 양식:

마! 르네상스건 고딕이건 바로크건 로코코건 동양풍이건 예쁘면 그만이지! 스까무라!

아르누보 양식:

우리 예쁜 장식들 좀 보고가세요~ㅎㅎ

시카고 학파:

20세기는 역시 강철과 유리의 시대지. 마천루 뿜뿜

표현주의 건축:

건축물 역시 하나의 예술 작품, 작가의 주관을 표현하는 건축이 좋은 건축인 법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유기적 건축):

건축은 자연을 지배하는 게 아니야, 자연 속에 녹아드는 거지.

나치 독일:

KIA~ 크고 웅장하고 장대한 게~르마니아~!!

이렇게 다양한 건축 양식들이 부흥하고 잊혀져 가던 도중, '르 코르뷔지에' 라는 한 모더니즘 건축가가 나타나는데...

<르 코르뷔지에>

님들 이거 제가 만든 건물임, 한번 보셈ㅇㅇ

<모더니즘 건축의 상징: 빌라 사보아>

언뜻 보기에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이 건물은, 1929년에 착공해서 1931년에 완성됐다.

이 건물은 코르뷔지에가 선언한 <현대 건축 5원칙>에 따라 지어진 최초의 건물이다.

그 원칙이란 다음과 같다.

1.필로티

2.수평창

3.자유로운 평면

4.옥상 공간의 이용

5.파사드(뚫린 입구)

보면 알겠지만 5가지 모두 현대 건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다.

또 코르뷔지에는 근대 기술을 사용한 건축 연구를 하면서, 돔-이노라 불리는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낸다.

기존의 건축물들이 벽으로 건물의 하중을 지탱했다면, 돔-이노 구조에서는 철근 콘크리트 기둥이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메인이 된다. 이 구조에서는 벽과 창문과 지붕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 건축물이 열려 있는 평면을 가지면서 공간의 제약도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이 또한 현대 건축에서 뺴놓을 수 없는 요소다.

현대 건축의 기초가 르 코르뷔지에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코르뷔지에가 이토록 혁신적인 건축 구조를 발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기존 건축가들과는 완전히 다른 건축관을 가지고 있었다.

건축이 예술이라고? ㄴㄴ

"집은 살기 위한 기계다."

물론 예쁘면 좋지, 예뻐서 안 좋은게 어디 있음?

그러나 건물의 본질은 사람들을 편하게 해 주는 데 있는 법,

예술을 위한 건축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건축이 되어야지,

건축은 효율적이고 기능적이어야 해. 자동차와 비슷한 일종의 공산품이라고.

합리성을 중요하시는 코르뷔지에는 불편하고 허름한 집에 옹기종기 모여 살던 하층민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건물',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최초로 설계한다.

<유니테 다비타시옹, 1952년 완공>

오늘날 우리는 이런 류의 건물을 뭉뚱그려 아파트라고 부른다.

코르뷔지에는 이외에도 정부 주도의 재개발 등 당시로는 충격적이었던 이론을 속속 내놓는다.

코르뷔지에의 계획은 당시에는 유럽 내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이후 공산권 국가들과 동아시아, 남아시아 등 제 3세계 국가들의 공동 주택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개발계획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비록 현대의 아파트들이 전부 코르뷔지에가 고안한 원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식 아파트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하고 20세기 세계 곳곳에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건축물들을 탄생시킨 주역이 코르뷔지에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